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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과 앰비언트
앰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 본문
1991년에 Xerox의 Mark Weiser 박사는 "21세기를 위한 컴퓨터(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라는 논문에서 Ubiquitous Computing 이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컴퓨터가 언제 어디나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굳이 컴퓨터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컴퓨터의 편리함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개념이죠. 마치 안경처럼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는 기술이 유비퀴터스 컴퓨팅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개념이 최근에는 앰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이라는 개념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앰비언트(ambient)라는 말이 사전적으로 '주위의' 혹은 '주변의'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앰비언트 컴퓨팅도 컴퓨팅 파워가 우리 주위에 항상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떤 시스템이 사용자들이 일부러 그 시스템을 조작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똑똑하다고도 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눈치가 빠르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 와서 거실의 조명을 켜러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엠비언트 컴퓨팅 환경에서는 현관문을 여는 순간 거실 조명을 자동으로 켜주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켜주는 것이 아니라 너무 어두워서 거실까지 걸어가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불을 켜주게 된다.
사실 이런 기능은 사물인터넷의 자동화 개념이 발전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연결 기반의 사물인터넷에서도 조도센서의 밝기가 80lux 이하인 경우에 현관문이 열리면 거실등이 켜지도록 자동화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는 사용자가 직접 이런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기준을 설정하고 자동화 루틴을 등록해야만 한다. 반면, 앰비언트 컴퓨팅에서는 사용자가 이런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시스템이 자동으로 판단해서 해당 기능들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기술을 이해한 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을 이해하고 알아서 동작하는 것을 두고 다중경험(multi experience)이라고 부른다. 가트너(Gartner)가 2019년에 발표한 2020년 10대 전략기술 트렌드에도 다중경험이 들어가 있는데, 사용자와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 및 사용자가 디지털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즉, 인공지능 스피커와 같은 대화형 플랫폼과 AR, VR 같은 서비스가 일상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기술을 이해해야 했던 과거의 모델에서 기술이 사람을 이해해야 하는 미래의 모델로의 진화가 가능해진 이유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즉, 사용자 주변의 다양한 커넥티드 디바이스들은 사용자와 관련된 데이터를 끊임없이 생성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은 이들의 패턴을 인식하여 서비스 인사이트를 찾아내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에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낮은 수준의 앰비언트 컴퓨팅이 적용된 사례라 할 수 있다. 거실 조명을 켜기 위해 스마트폰의 앱을 실행시키고 거실조명을 선택해서 켜짐 버튼을 누르는 대신 '거실 조명 켜'라는 말 한마디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기 전에 거실 조명을 자동으로 켜준다면 그것이 높은 수준의 앰비언트 컴퓨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앰비언트 컴퓨팅은 아직까지 미래의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 스마트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사다 놓고도 기존의 제품들처럼 스마트하지 않게 사용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세탁기가 세탁물을 인식해서 자동으로 세탁 모드를 설정하거나 스마트 조리기구가 식재료를 인식하고 그에 적합한 방식으로 조리를 하는 등 부분적이나마 스마트한 기능들이 하나 둘 일상속에 들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