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과 앰비언트

허무했던 테슬라 배터리 데이 본문

카테고리 없음

허무했던 테슬라 배터리 데이

IOT전략연구소 2020. 9. 24. 09:53
728x90

아침부터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크기도 크고 파워도 커서 더 멀리가는 배터리를 만들 것이고, 이게 제대로 되면 가격도 많이 떨어져서 전기차 가격도 많이 떨어질 거라는.. 그리고, 배터리데이 행사 이전에 올해 생산량은 50만대 전후가 될 것이고 한달 정도 후면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을 소개할 것이라는..

 

개인적으로 올해 생산량이 50만대 정도가 되는 것은 일론 말처럼 나름 선방이라고 봅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이 정도 판매를 할 수 있었고, 게다가 수익성도 개선될거라 하니 이 부분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거라고 봅니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고, 테슬라에 대한 팬덤은 더욱 강화되고 있고, Enhanced Autopilot을 4,000불에 판매할 예정이니까요..

 

Wow가 없었던 배터리 데이

 

하지만,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소개한 내용들을 보면 배터리 가격 56% 인하 외에는 별다른 "와우(Wow)"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열심히 해서 나름의 답을 찾았다. 그런데, 시간이 2-3년 이상 더 필요할 거 같다가 결론입니다. 당장에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항상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그동안의 일론 스타일을 봤을 때 2-3년 후는 가봐야 알 일인거죠. 지금까지 시간 약속을 지킨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어떤 분들은 국내 언론만 배터리 데이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비아냥 거린다고 하더군요.  애플이 신제품 출시했을 때와 똑같으니까 결국은 대단한 혁신이라고 어거지 논리를 피우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뭐 자기 맘대로 생각하는 거니까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실망스럽다는 반응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무엇보다도 행사 당일과 다음날 이틀 동안 주가가 20% 정도 빠진 것은 시장 전체의 생각도 그렇다는 이야기겠죠. 

 

개인적으로 배터리 데이에 와우 할만한 배터리 이야기는 없고 비용절감 이야기만 있었던 이유는 '니콜라' 사태가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합니다. 니콜라처럼 당장에 가능한 것도 아닌데, 전고체 배터리니 100만 마일 배터리를 출시하겠다느니 했다면 시끄러워질 것 같아서 미리 조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머스크 발표 태도도 그 어느 때보다 겸손해 보이구요 ㅋㅋ 

 

또 다른 부분은 머스크의 18일 트윗에서도 확인됩니다. 이 사람도 트럼프처럼 쓰잘데기 없는 트윗을 너무 많이 날리는데요, of course I still love you라는 트윗을 날렸더군요. 이게 스페이스X에서 위성 회수에 사용하는 바지선 이름이기도 한데요, 이번 트윗은 나는 여전히 배터리 회사 니들 거를 사용하겠다는 의미로 보이더군요. 이미 이런 내용은 배터리 제조사들에게도 언지가 된걸로 알려져 있구요. 그랬으니 행사가 허접하게 느껴졌겠죠.

 

 

 

배터리 제조사에게는 위기이자 기회

 

사실 이번 배터리데이 행사의 숨은 의도는 배터리 공급사들에 대한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런 기술도 개발하고 있고, 아주 싸게 배터리 만들 수도 있으니까 니네들 알아서 기어 뭐 이런 거죠.. 앞으로 우리가 바라는 수준의 가격으로 배터리를 공급하지 않으면, 너네는 X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젠틀하게 돌려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LG화학, 파나소닉, CATL 등과 계속 거래하겠다는 미끼까지 던진거구요..

 

뭐 배터리 제조 공장도 만들고 그래서 2030년까지는 3TW 수준의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도 했는데요, 이건 말 그대로 엄포입니다. 지금부터 10년 뒤면 당연히 지금의 수 십 GW 수준의 배터리 소비량이 수십 TW로 커지는 것은 당연할 거구요.. 지금 전체 자동차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3% 내외인데, 2025년이면 50%가 넘을 거구요 2030년이면 거의 100%가 될텐데요, 지금보다 17배내지 33배 정도 더 많은 배터리 용량이 필요하다는 거는 당연한 이야기죠. 

 

그런데, 일론은 제조원가가 급속히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직접 제조에 어마어마한 투자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기존 제조사를 이용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거죠. 이들을 제대로 겁주고 이용해 먹을 정도로만 (최악의 경우에는 배터리 업체들이 배째라고 할 수도 있으니) 배터리 생산 시설을 들고 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측면에서 기존 배터리 회사들에게는 청천벽력이 떨어진거죠. 배터리 수요가 폭증할 거라는 거는 일론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뻔한 이야기인데, 2-3년 사이에 납품단가를 56% 낮추라는 고지서를 받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작년 일본의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소재의 수출 금지 이후에 우리 기업들이 대처해 왔던 것처럼, 이번 기회에 배터리 기업들도 혁신을 하게 된다면 오히려 더 큰 기회를 누릴 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25,000달러 전기차 출시

 

사실, 몇 년이 됐든 배터리 가격을 56%나 낮추겠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그것도 배터리를 전혀 만들지 않았던 회사가 말입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판매 가격의 40% 정도로 봅니다. 즉, 가장 저렴한 모델3 스탠다드의 경우 38,000불 중의 약 15,000불이 배터리와 관련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걸 56% 정도 줄인다면, 약 8,500불이 줄어들어 29,500달러짜리 차가 됩니다. 배터리만으로도 전체적으로 23% 정도 차량 가격이 인하되는거죠.

 

이 말은 다른 전기차 제조사들을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수치입니다. 4만불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아무리 2-3년 후라지만 3만불이 무너지면 쉽지 않은거죠. 그런데, 생산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25,000달러짜리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합니다. 배터리를 제외하고도 현재 모델3 가격을 기준으로 13%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돈으로 3천만원이 안 되는 전기차라면 보조금이 없어도 기존 내연기관차량을 대체하기에 충분한 가격이 되는 겁니다. 여기에 차량 유지비가 60% 정도 절감되는 것을 감안하면, 내연기관 차량을 이용할 때보다 차량 유지에 들어가는 총 비용은 훨씬 저렴해지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도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미 모델3보다 작고 저렴한 차량에 대한 이야기를 수차례 했었거든요. 언론에서는 이를 모델 2(Model 2) 혹은 모델 C(Model C)로 추측하기도 했구요. 유럽 상황에 맞게 기존 차체를 좀 줄이고 사양을 좀 낮추면 13% 비용 절감이 가능하니까, 아마 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이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2018년인가까지 전기차를 35,000불에 팔겠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했죠. 하지만, 지금 제일 싼게 38,000불이구요, 탈만한 거 사려면 43,000불 정도는 줘야 합니다. 그리고 자율주행 기능 넣으려면 8000불 더 줘서 51,000불은 줘야 합니다. 결국 이번 이야기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설령 이게 사실이더라도 지금의 추세라면 전기차는 2-3년 사이에 20-30% 저렴해지는데,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13,000불이면 1400-1500만원인데, 이 정도 가격이면 2-3년 후에 구매자가 늘기는 하겠지만 구매를 고려하던 사람들은 좀 고민이 될 것 같네요. 

 

모델S 플레이드와 제로백 2초

 

어제 행사에서는 모델S 플레이드 모델과 2초 대의 제로백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게 더 대단하다고 하는데요, 정말 시장에 대한 감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일론도 이야기하지만, 모델S는 정말 일부 사람들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한 모델입니다. 실제 테슬라에서 판매되는 비중도 12% 정도로 아주 미미하구요.. 그냥 이런 것들도 소개되었다는 측면에서만 잠시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결국은 플랫폼

 

그렇다면, 일론 머스크는 왜 이렇게 저렴한 차에 집중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동일한 사양에 가격이 싸면 더 많은 사람들이 구매해서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죠. 동일한 사양에 가격이 싸진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일텐데, 왜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 걸까요? 역시 답은 간단합니다. 자동차에서는 돈을 벌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제조업을 굉장히 중시합니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엔지니어링적인 감각도 뛰어나구요. 하지만, 더 뛰어난 것은 비즈니스적인 감각입니다. 아무리 기술이 앞서도 제조업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죠. 앞으로 2-3년은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는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이 테슬라보다 더 좋은 전기차를 더 저렴하게 출시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고 봅니다. 결국은 자동차 제조사들끼리 가격 경쟁을 하게 만들고 자신들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려는 거죠.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로보택시고, 충전, 커넥티비티 같은 서비스가 될 거구요, 이 외에도 미디어 컨텐츠 및 인터넷 서비스도 가능할테고 다양한 형태의 딜리버리 서비스도 가능하구요.. 그 판을 깔기 위함인거죠. 

 

물론, 이 중에 충전이나 커넥티비티 같은 서비스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그냥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플랫폼이 두 가지 의미, 즉 하나는 기차역의 플랫폼이나 강당의 강단 같은 공용 인프라를 말할 때도 사용하고 두 가지 (혹은 그 이상) 유형의 고객들을 중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말할 때도 사용됩니다. 

 

일반적으로 공용 인프라를 말할 때의 플랫폼은 하드웨어나 시스템을 말하지 플랫폼 비즈니스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즉, 충전 플랫폼은 비즈니스 모델이 플랫폼이라는 것이 아니라 충전 인프라를 이용한 충전 서비스를 한다는 이야깁니다. 반면, 로보택시 인프라는 로보택시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개하는 중개(플랫폼) 비즈니스를 한다고 하는 거구요. 좀 구분을 하고 쓰셔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머스크의 계획대로 될까? 

 

그렇다면 과연 2-3년 후에 머스크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될까요? 저는 2/3 정도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먼저 시작한 사람이 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때까지 저렴한 차량을 충분히 생산해서 공급하느냐가 관건이겠지만요. 게다가 전기차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와 달라서, 초기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는데 엄청난 돈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방법을 알아도 아무나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죠. 

 

결국 폭스바겐이나 현대차, 토요타 정도가 테슬라 흉내를 조금 낼 수는 있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테슬라를 따라 가기는 힘드리라 봅니다. 유일한 방법이 빠른 시일내에 연합형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 정도인데요, 뭐든지 사공이 많으면 일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 쉽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그럼 향후 테슬라 주가는?

 

주식시장은 미인대회입니다. 진짜 절대적으로 이쁜 여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들 각자의 취향이나 대회장의 분위기에 의해 출전자 중의 한명이 진이 되고 선이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테슬라는 진에 뽑혔다고 생각하구요, 이 말인 즉은 객관적이거나 합리적인 측면보다 분위기에 편승한 측면이 더 강하다는 것입니다. 

 

굳이 PER이나 PSR(Price Sales Ratio) 같은 지표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금 테슬라의 주가가 버블이라는 것은 다들 공감하시리라 봅니다. 다만 그래도 플랫폼 비즈니스를 할 건데라는 생각이 지금의 테슬라 주가를 만들었는데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아마존도 PER이 110 정도입니다. IT 기업이자 플랫폼 기업인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PER은 30이구요. 

 

저는 아마존의 110도 과해서 50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구요, 그런 관점에서 테슬라의 주가도 지금보다 10~20분의 1 정도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지금 주가로는 20~40달러, 액분 전 가격으로는 100~200달러 사이입니다. 물론, 절대 이렇게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테슬라를 미인대회 진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판을 깨는 새로운 전략이 나오지 않는 한 테슬라는 실적에 의해 평가를 받게 될 것이구요, 그런 측면에서 연간 50만대, 많아야 100-200만대 만들 수 있는 회사입니다. 적어도 지금 주가의 절반 수준인 200달러 이하를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저는 100달러 이하까지는 손 놓을 예정입니다. 이제는 슬슬 냉정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테슬라 뿐만 아니라 모든 주식이 마찬가지구요..

 

아마 많은 분들이 여전히 테슬라의 플랫폼이나 배터리 혹은 또 다른 혁신을 기대하고 있는거 같은데요, 그런 것들을 200% 300% 아니 그 이상 반영해서 나온것이 지금의 주가입니다. 올해 말에 로보택시 안 되고 스타링크 서비스도 내년에야 어느 정도 될 거 같고.. 로보택시 참여자들도 적고 통신 속도도 느리고 그러면 말짱 꽝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 환상보다는 현실을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주식 이야기 쓰면 엄한 댓글들이 많이 달려서 그런 댓글들은 가차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맹비난 하는 테슬라 맹신자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