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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와 6G 이동통신

고객가치 중심의 5G 요금제를 기대한다

IOT전략연구소 2019. 4. 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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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가치 중심의 5G 요금제를 기대한다

 

김학용 교수 (010-사칠일일-1434)

순천향대학교 IoT보안연구센터

 

2011년 7월 1일은 우리나라 최초로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인 LTE 서비스가 개시된 날이다. 이날 새벽 0시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국내 최초 LTE 상용화를 기념하는 카운트다운 행사를 개최하며 첫 전파를 발사했다. 비록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인 9월 28일에 첫번째 LTE 가입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동통신 3사의 노력과 경쟁적인 마케팅 활동은 LTE 가입자수를 빠른 속도로 증가시켰다. 2019년 1월 현재 LTE 가입자수는 5,544만 명이다. 

 

2019년 4월도 4G LTE 서비스가 시작되었던 8년 전의 여름처럼 뜨거울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지난 12월 1일에 처음으로 5G 전파를 발사하기는 했지만, 공식적인 5G 서비스가 바로 4월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8년 전보다 더 뜨거울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최초가 아닌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이통사들과 5G 단말기 제조사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복병이 나타났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지난 2월 27일 인가 신청한 5G 요금제가 이례적으로 반려된 것이다. 요금제를 심의한 과기정통부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요금안은 대용량 구간을 중심으로 한 고가 요금제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5G 서비스의 세계 최초 상용화는 물론 요금제 및 통신요금 인가제 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5G 요금제의 설계

5G는 기존 이동통신 기술에 비해 고속, 저지연, 대용량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5G의 이런 뛰어난 특성들은 그 특성에 따라 홀로그램이나 4K 혹은 8K의 초고해상도(UHD) 동영상과 같은 고속 통신 기반의 서비스는 물론, 클라우드 게임, 자율주행차, 실시간 원격제어 등과 같은 저지연 특성을 바탕으로 하는 서비스, 그리고 사물인터넷처럼 수많은 디바이스를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 등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새로운 응용서비스들을 제공함으로써 최근의 매출 감소 및 수익성 정체에서 벗어날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기대감에 들떠있다. 무엇보다도 유선 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데이터 제공량 혹은 이용량을 기반으로 요금제가 설계되어 있는 이동통신 서비스에서는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제공하면 할수록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새롭게 5G 네트워크나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동통신 3사를 합쳐 약 20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기존 LTE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투자한 15조원 대비 20~30% 더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LTE에 비해 최대 20배 이상 빠른 5G 서비스는 투자비 증가분(1.3배) 대비 20배의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산식을 이용하더라도 최대 15.4배(=20/1.3)나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LTE와 동일한 조건이라면 고객들이 굳이 5G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통사들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요금에 LTE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LTE 대비 50% 많은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10.3배(=15.4/1.5)의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으며, LTE의 2배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제공하더라도 최대 7.7배(=15.4/2.0)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결국, 이동통신사는 기존 LTE 요금제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며 사용자당 월평균 매출(ARPU)을 높이는 구조의 5G 요금제를 출시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 서비스의 매출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대용량 구간을 중심으로 한 고가 5G 요금제

실제로 지난 2월 SK텔레콤이 인가 신청한 3종의 5G 요금제에는 이러한 의도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SK텔레콤이 제시한 5G 요금제는 7만5000원, 9만5000원, 그리고 12만5000원 등 3가지로 이들은 각각 150GB, 200GB, 300GB의 기본 데이터를 제공한다. 기존에 100GB, 150GB,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6만9000원, 7만9000원, 10만원짜리 LTE 요금제보다 데이터는 무려 50GB 정도 더 제공하지만 가격은 8.7~25% 정도만 더 높은 요금제들이다. 

 

SK텔레콤은 자신들이 인가 신청한 요금제가 기존의 LTE 요금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해외 사업자의 5G 요금제보다도 저렴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기존의 7만5000원짜리 5G 요금제의 경우 GB당 단가가 500원인데 비해 6만9000원짜리 LTE 요금제의 GB당 단가는 690원으로 대략 28% 정도 저렴한 편이다. 

 

또한, 이는 미국 버라이즌이 출시한 5G 요금제에 비해서도 훨씬 저렴한 편이기도 하다. 버라이즌이 출시한 5G 요금제는 월 85달러, 95달러, 105달러로 이는 LTE 요금제에 비해 10달러씩 비싼 요금제다. 게다가 가장 비싼 요금제가 제공하는 기본 데이터도 75GB밖에 되지 않는다. 

 

문제는 과기정통부가 지적한 것처럼 이들 요금제가 대용량 구간을 중심으로 한 고가 요금제들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SK텔레콤의 주장은 다소 어처구니가 없다. 5G가 워낙 빠른 통신속도를 제공하기 때문에 소용량 이용자들에게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5G 지원 단말의 경우 가격이 비쌀 것이기 때문에 저가 요금제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돈이 없거나 데이터를 많이 쓰지 않는 사람들은 감히 5G는 넘보지 말라는 소리처럼 들린다. 

 

결국 이 부분이 과기정통부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고가 요금제만으로는 이동통신서비스의 보편성을 담보할 수 없고 5G 서비스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동일한 이유로 중국 정부도 5G 요금제를 LTE 요금제 수준으로 동결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으며 미국의 T모바일도 LTE와 동일한 가격에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가치 중심의 요금제 설계 필요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조만간 5만원대 요금제가 포함된 새로운 5G 요금제 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인가 신청한 요금제 수준을 감안하면 월 5만5000원에 최대 75~100GB 내외의 기본 데이터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 데이터 제공량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6만9000원짜리 LTE 요금제를 이용하던 사용자들이 5만원대 5G 요금제로 갈아타면서 이통사의 전체 매출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6만9000원짜리 LTE 요금제에서는 기본으로 1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이를 모두 사용하는 사용자는 극히 드물다. 과기정통부 통계에 따르면 데이터 이용 상위 10%의 한달 평균 이용량이 40GB 정도다. 고가 요금제 이용자들도 대부분은 40GB에 훨씬 못 미치는 데이터만 사용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더 쓰고 싶어도 그럴만한 컨텐츠도 없고 고화질 컨텐츠는 제대로 된 통신 품질이 나오지 않아 와이파이 등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5만원대 5G 요금제는 6만9000원대 LTE 요금제 이용자들이 이탈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5만원대 LTE 요금제보다는 더 많은 기본 데이터를 제공하는 수준인 약 10GB 내외에서 결정될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존 LTE 요금제보다 2배 더 많은 8GB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동일한 이유로 인해 5만원대 이하의 5G 요금제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4G LTE 요금제와 5G 요금제(안) 비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통신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로 경쟁을 하지 않고 데이터 양으로만 경쟁을 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LTE 서비스의 고가 요금제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서 고가 요금제 이용자들에게는 저가 요금제보다 지나치게 많은 기본 데이터를 제공했다. 예를 들면, LTE 요금제에서 중저가 요금제에서는 기본 데이터가 고작 1.2GB, 2GB, 4GB밖에 제공하지 않지만, 고가 요금제에서는 갑자기 100GB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다른 한편으로 요금제 사이의 불평등을 키우고 있다. 예를 들어, 3만원대 LTE 요금제의 GB당 단가는 27,500원이지만, 7만9000원대 요금제에서의 GB당 단가는 527원에 불과하다. 고가 요금제 이용자에게 어느 정도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무려 52배나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데이터 제공량 중심의 요금제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우선은 저가 요금제와 고가 요금제 사이의 형평성을 보장해야 한다. 고가 요금제에서 더 많은 기본 데이터를 제공하더라도 데이터 단가 차이가 소비자들의 상식 수준을 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저가 요금제에서도 지금보다 많은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방편 중의 하나가 LTE와 연계된 5G 요금제를 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저가 5G 요금제를 출시하지 못하는 대신 중저가 LTE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려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가격 형평성도 완화하고 중저가 요금제 이용자들의 불만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현실성이 있는 이유는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고가 LTE 요금제 이용자들이 5G로 넘어가면 LTE 네트워크에는 트래픽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LTE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비를 거의 회수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의 데이터 제공량 중심 혹은 이용량 중심의 요금제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실 5G 시대가 된다는 것은 이제 데이터 이용량은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누구나 자유롭게 데이터를 이용하고 거기서 자신들만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말은 데이터 제공량이 아니라 데이터가 제공하는 고객가치를 중심으로 요금제가 개편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데이터가 제공하는 고객가치는 고객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따라서, 이통사들은 5G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고객들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발굴하거나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과 협업을 해야 한다. 이 구조에서 서비스 이용자들은 서비스와 관련된 데이터 이용량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자신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결국 제로레이팅(Zero-Rating) 형태의 과금제 도입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사물인터넷(IoT)처럼 아주 소량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디바이스들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즉, 사물인터넷 디바이스 단위로 과금하는 것이 아니라 디바이스 개수에 상관없이 이들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혹은 전체 디바이스가 사용하는 데이터에 대해 과금을 하는 것이다. 물론, 디바이스 개수에 대해 구간을 설정하고 구간별로 서로 다른 요율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저가 요금제도 못 만드는 상황에 사물인터넷용 초저가 요금제를 만들 수 없다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요컨데, 5G 시대에는 단순히 데이터를 더 많이 이용하도록 하기보다는 5G 기반의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5G가 제공하는 가치는 단순히 고속, 저지연, 대용량 특성이 아니라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요금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는 양보다는 고객가치로 승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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