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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아 안터진다” 와이파이 역설… 경쟁이 부른 와이파이 난개발

IOT전략연구소 2011. 2. 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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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랜 관련된 다른 기사들보다 나름 공부도 많이 하고 쓴 기사임에도 여전히 본질을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무선랜이 제대로 안 터지는 것이 무선랜 AP가 너무 많아 간섭 현상 때문이라고 단정을 짓고 있는데, 간섭이 물론 중요한 이유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AP에 연결된 WAN 구간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100Mbps를 제공하는 광랜에 연결된 경우 아무리 간섭이 있다 하더라도 그 환경에서 제공될 수 있는 속도를 보장할 수 있지만, 와이브로에 연결되는 경우는 간섭이 없어도 1M 정도의 속도밖에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그렇게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선에 의한 품질 저하만을 강조하는 것은 독자를 호도할 수 있을 것 같아 커멘트 달아본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 내부에서 스마트폰으로 무선랜(wireless lan·와이파이) 신호를 확인했다. 잡히는 신호는 9개. 자물쇠 표시가 없는 공용 와이파이 5개를 하나씩 열어봤다. 신호 세기가 낮으면 부채 모양의 와이파이 신호에서 물결무늬 3개 중 1∼2개가 사라진다. 3개가 온전하다는 건 접속 가능한 세기라는 뜻. 카페에서 잡힌 5개 모두 깔끔한 3개짜리였다. 하지만 실제 접속을 시도하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건 딱 두개. 그나마 하나는 검색 중 멈췄고, 나머지 하나만 이어졌다 끊어지길 반복했다. 편의점 유리문 정중앙에는 2개의 ‘무료 와이파이’ 표시가 붙어 있었다. 인근의 커피숍. 딱 2개의 공용 와이파이 신호만 떴다. 두 개 모두 제 속도를 냈다.

‘콸콸’ 쏟아진다던 와이파이…왜 안 되나 봤더니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대세인 요즘,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통신 3사는 무료 와이파이 존(zone)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와이파이란 광랜에 공유기(AP)를 설치해 초고속인터넷을 무선 신호로 잡아 쓰는 서비스. 지하철역, 커피숍, 대형마트 등 공공장소와 상업시설에 공유기를 설치해 가입자가 공짜로 인터넷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통신사가 제 돈 들여 공짜 무선인터넷을 제공하는 이유는 무료 와이파이 존 숫자가 바로 통신사의 서비스 경쟁력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손안의 인터넷’ 스마트폰에서 서비스 경쟁의 핵심은 통화품질보다 안정적 인터넷 접속이다.

압도적 선두주자는 전국에 4만2000곳의 ‘올레 와이파이 존’을 운영하고 있는 KT.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인 2009년 이미 1만3000곳을 확보했다. 여기에 후발주자 SK텔레콤(1만7000곳)과 LG유플러스(1만6000곳)를 합치면 전국의 무료 와이파이 존은 7만5000곳이나 된다.

무료 인터넷 존이 늘어나면 누구보다 소비자가 반길 일인데 반응이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거꾸로 스마트폰 소비자 중에는 늘어나는 와이파이 존 때문에 불편하다는 이가 많다. 길거리에도, 커피숍에도, 마트에도 와이파이 신호는 갈수록 많아지는데 정작 접속 성공률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의 와이파이 존 경쟁이 되레 불편을 가중시키는 이유는 뭘까.

답은 지난해 11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무선랜 채널 간 간섭’ 실험 속에 있다. 전파환경연구팀은 가로, 세로 25m 계단식 강당에 각기 다른 채널(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공유기 20대를 설치한 뒤 공유기 간 거리, 채널 배치 등이 전파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실험 결과는 명쾌했다. 같은 공간에 공유기가 9대 이상 설치되는 순간, 공유기 간 전파 간섭으로 통신은 뒤엉켰다.

실험을 담당한 박승근 박사는 “공유기 숫자가 9대 이상이면 무조건 전파간섭 현상이 벌어진다. 9대의 공유기는, 비유하자면 사람 9명이 동시에 떠드는 것과 같다. 말소리가 들릴 리 없다”며 “공공장소에서 와이파이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건 통신사와 개인들이 무분별하게 설치한 공유기 간에 전파 간섭이 벌어진 게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도심 상업시설에 공유기는 얼마나 촘촘히 설치된 걸까. 와이파이 품질이 도마에 오르면서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전문가, 통신 3사 관계자 등과 함께 도심 지역에서 ‘무선랜 혼선 테스트’를 했다. 공유기 설치 밀도를 보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에서 출발해 스타벅스, 카페베네, 인사동 입구, 탐앤탐스까지 종로구 대표 상업시설 8군데가 대상이었다.

거점별로 와이파이 신호는 5∼51개(평균 29개)가 잡혔다. 통신 3사의 와이파이 신호도 평균 11개(KT 7.5개, LG 2개, SKT 1.25개)나 됐다. 탐앤탐스에는 통신사 신호가 무려 19개나 잡혔다. 실험에 참가했던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아서 놀라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공유기에서 나온 신호는 하나로 계산했기 때문에 신호 숫자는 공유기 숫자와 동일하다. 즉, 와이파이 신호 29개는 인근에 평균 29대의 공유기(통신사 기준으로는 11대)가 설치돼 있다는 뜻이다. ‘공유기 29대’면, 전파간섭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공유기 9대’ 한계를 한참 넘어선 것이다. 서울 도심의 와이파이 신호는 ‘혼잡’을 넘어 ‘포화’ 상태에 진입하고 있었다.

“투자한 게 얼만데” vs “누가 좀 말려줘요”

방통위는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난 1월 ‘와이파이 혼신(混信) 최소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무선 공유기 이용자와 제조업체, 이동통신업체 등이 전파간섭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행동요령을 합의한 것이다. 내용은 ‘공유기 간 설치거리는 최소 2m 이상을 유지한다’ ‘간섭이 덜한 1·5·9·13 채널을 사용한다’ ‘채널 두 개를 묶어서 쓰지 않는다’ 등. 차선을 잘 지키고, 차 간격을 넉넉히 유지하고, 신호를 잘 지키자고 운전자들이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은 것.

도움이 되는 합의이긴 하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도로가 막힐 때 최선의 해결책은 차선엄수가 아니라 진입차량 제한이다. 공유기가 많아 전파가 뒤섞인다면, 공유기 수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되레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통신사들은 이미 무료 와이파이 존 확보를 위한 무한 경쟁을 선포했다. 3사가 올해 말까지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신규 존은 무려 15만3000곳. 현재 확보한 와이파이 존의 2배가 넘는 규모다. KT 5만8000곳, SK텔레콤 4만5000곳, LG유플러스 5만곳. 공유기 한 대가 커버하는 구역은 반경 30∼50m. 공간이 이보다 넓으면 공유기 숫자가 늘어난다. 와이파이 존 15만3000곳을 신설하려면 30만개 이상의 공유기를 추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 많은 공유기는 더 많은 전파 간섭을 뜻한다.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포기하지 못하는 3사의 속내는 제각각이다. 후발주자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말려줄 사람은 없나, 눈치를 살피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서로 숫자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 상태로 계속 (경쟁하면) 서비스 품질이 악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공유기 숫자를 줄여야 한다. 그게 맞는 방법이다. 하지만 조정자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이미 투자를 많이 한 KT가 포기할 리는 없지 않겠나. 1등인 KT가 멈추지 않는 한 (후발주자인 우리도) 포기할 수 없는 거다”고도 했다.

와이파이 존 숫자에서도, 접속 품질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선두주자 KT는 ‘더 빨리 달아나자’는 쪽이다. 와이파이 중복 투자에 대해서는 “많을수록 좋다.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KT만 와이파이 존을 운영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 전파 간섭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은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방통위 가이드라인을 따라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KT 관계자)

따지고 보면 와이파이 존 확대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일이다. 단, 품질만 보장된다면. 만약 3개 회사가 공동 와이파이 존을 만든다면?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KT가 공유기 설치를 맡고 소요비용을 SK텔레콤이 사후 분담하는 형식으로 두 회사가 함께 무료 존을 운영하고 있다.

역시 KT 반응이 싸늘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측 요청 때문이었다. KT가 그런 방식을 원한 건 아니다. SK텔레콤 고객 불만까지 KT에서 처리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할 이유가 없다. 말이 공동투자이지 KT인프라를 같이 쓰자는 얘기 아니냐.”

신대륙 누가 먼저 탐험할까

전파는 어느 나라나 공공재로 관리한다. 군사용, 의료용 등 주파수 대역별로 용도가 지정되고, 상업적 목적으로 독점사용을 원할 때는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중 10개 안팎의 주파수 대역은 ISM(Industrial Scientific Medical·산업 과학 의료)용으로 무료 공개돼 있다. 의료기기, 과학 장비의 전파방해를 감수하는 조건으로 누구든, 공짜로, 맘껏 쓸 수 있다.

와이파이가 사용하는 2.4㎓(기가헤르츠·주파수 단위) 대역은 바로 이 ISM 대역이다. 전파 전문가인 박덕규 목원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누구나 자유롭게 쓰는 무료대역이어서 누가, 어떤 투자를 얼마나 하든지 정부가 함부로 규제할 수 없다. 무료여서 맘껏 투자가 이뤄지고 기술개발이 활발해진 긍정적 측면과 지나친 경쟁이 불편을 초래한 부정적 면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활발한 와이파이 존 개발과 그로 인한 불편, 그 역시 장단점이 있다는 얘기다.

고속도로는 막히고, 앞으로도 더 막힐 모양이다. 진입 차량 수는 줄지 않을 테니 이제 방법은 하나다. 또 다른 고속도로를 뚫는 것. 역시 공짜인 ISM 중 가장 유력한 대안이 5.8㎓ 대역이다. 전문가도, 방통위도, 통신사도 내심 이쪽이 갈 방향이라는 데 고개를 끄덕인다. 2.4㎓가 왕복 2차선 국도라면 5.8㎓ 대역은 왕복 16차선 고속도로. 넓고 쾌적하긴 한데 건설비가 문제다. 이 주파수 대역을 지원하는 기기가 아직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먼저 5.8㎓ 대역을 지원하는 기기를 개발·보급해 시장을 키워야 한다.

SK텔레콤 관계자의 말이다. “저기 신대륙이 있다. 다들 그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눈여겨보고 있다. 하지만 먼저 떠날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신대륙으로 누가 먼저 탐험을 떠나는가, 결국 그게 문제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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